헤럴드경제 | 기사입력 2007-10-18 12:17

대기업 채용 신풍속도

인터넷만으로 서류 받아…1~2만명 한번에 몰려 서버다운 속출”

금호등 접수기간 연장 소동…취업 준비생들“전쟁 치르는 느낌”

서울 소재 대학 4학년인 전인근(27.가명) 씨는 지난 12일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 지원 원서를 인터넷으로 접수하려다 결국 고개를 떨궜다. 자기소개서를 빼곡히 적어놓고 증명사진만 첨부하면 되는데 웹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던 것. 취업에서 10여 차례 고배를 마신 터라 ‘이번 만큼은 꼭’이란 심정으로 애꿎은 마우스만 수 십 차례 눌러 봤지만 마감시간을 앞두고 지원자가 대거 몰리는 바람에 회사 측 서버가 다운돼 서류조차 접수하지 못했다. 그는 “서버, 서버…이젠 서버까지 원망하는 내 자신이 처량했다”고 털어놨다. 대기업 하반기 채용이 본격화하면서 취업준비생 사이에 “취직하고 싶으면 ‘서버전형’부터 통과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기업들이 인터넷만으로 원서를 접수, 기업별로 많게는 1만~2만명의 지원자가 눈치작전까지 벌인 끝에 서류마감 시한 직전에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과부하에 걸려 다운되는 사례가 속출하자 생겨난 신조어인 셈이다. 지원자들은 학점, 공인영어시험 성적 뿐만 아니라 면접의 기술까지 익히고 서류전형.면접전형을 대비하더라도 ‘서버전형’이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CJ의 경우 지난달 19일 입사지원 마감일에 원서가 폭주한 탓에 홈페이지 접속이 되지 않아 지원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끝에 8000여명의 지원서를 최종 제출로 인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아모레퍼시픽(10월 11일)과 금호아시아나(12일) 원서접수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해 금호의 경우 접수 시간을 3시간 연장했으며, LG상사도 몰려드는 원서를 감당하지 못한 서버가 다운되자 접수기간을 이틀 연장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취업준비생들은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9월부터 10여개의 원서를 접수했다는 정모(28)씨는 “매번 원서를 낼 때마다 ‘엑박의 압박’ 때문에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엑박’은 ‘엑스박스’의 준말로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웹페이지 상의 그림 파일 등이 열리지 않을 때 표시되는 기호를 뜻하는 용어. 그는 “원서 접수하면서도 서버가 언제 다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고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모(29) 씨는 “원서 접수에 실패한 뒤 다른 원서를 준비하다가 연장 사실을 놓쳐 결국 접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피말리는 심정은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들은 일단 “서버 용량을 늘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지원자들이 마감시한에 임박해 원서를 접수하는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LG상사 관계자는 “미리 서버 용량을 확충했지만 이미 제출한 원서를 다시 확인하는 지원자가 갑자기 늘었다”며 “연내에 서버를 보강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서버용량을 늘리고 기간을 충분히 제공해 돌발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마감일에 몰리는 경향이 항상 있으니 가능하다면 미리 지원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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