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ㆍ대작 바람 타고 아역 연기자 중복 출연 잇달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중견 연기자들만 겹치기 출연을 하는 게 아니다. 이제는 아역 연기자들도 브라운관에서 여기저기 동시에 얼굴을 보이고 있다.

이들 '아역 스타'들의 겹치기 출연은 최근 사극ㆍ대작 바람을 타고 일어난 현상. 극의 초반 몇 회에 등장할 뿐이지만 이들의 활약은 성인 연기자들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다. 또랑또랑한 발성과 총기 넘치는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아역 스타'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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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종이 고구려 담덕으로

가장 먼저 회자됐던 아역 배우는 유승호(14)다. 그는 SBS TV '왕과 나'에서 다소 철없는 성종의 어린 시절 자을산군을 연기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그가 얼마 후에는 MBC TV '태왕사신기'에서 광개토대왕의 유년 시절 담덕으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에 앞서 KBS1 TV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이순신의 어린 시절을 맡는 등 잇따라 사극에서 주인공의 유년을 연기하고 있다.

영화 '집으로…'로 이미 스타덤에 올랐던 유승호는 KBS '부모님 전상서'에서의 자폐아 연기 등을 통해 동년배 중 최고의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성종과 담덕에 나란히 캐스팅된 것도 그 때문이다.

'왕과 나'는 내시 처선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사실 아역 출연진 중에서도 처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주민수의 비중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그에게 성종을 맡긴 이유는 성종의 캐릭터가 더 까다롭다고 판단했기 때문.

제작진은 "사가 시절 호기심 많고 철없는 자을산군의 모습과 어린 나이에 즉위해 나이 많은 신료들을 상대해야 하는 성종을 연기할 수 있는 아역 배우는 별로 없다. 유승호는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믿음을 줬다"고 밝혔다.

10일 SBS '로비스트'의 첫 방송 후 네티즌들은 극중 각각 유선과 송일국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박은빈(15)과 이현우(14)를 화제로 올렸다. 이들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비스트'의 경쟁작인 '태왕사신기'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왕과 나'의 전작인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는 공부 잘하는 중학생으로 출연했던 박은빈은 '태왕사신기'에서 문소리의 아역을 연기했다. '불의 신녀'인 기하의 어린 시절을 맡아 다소곳하면서도 야무진 연기를 펼쳤던 것.

또 이현우는 이필립이 맡은, 청룡의 신물을 몸 안에 지니게 된 처로의 어린 시절을 맡았다. 신비한 능력을 지닌 처로에서 졸지에 부모를 잃고 여동생을 보살펴야하는 소년으로 변신한 것.

◇아역 활약에 성인 연기자 묻히기도

이러한 아역들의 활약은 뒤이어 바통을 잡는 성인 연기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한다.

요즘 '왕과 나'와 '태왕사신기'의 게시판에는 성인 연기자들의 '미스캐스팅' 논란이 한창이다. 특히 오만석과 문소리 등에 집중 포화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의 배경에는 아역 연기자들이 활약이 놓여있다.

성인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그들의 어린 시절을 맡았던 아역 스타들의 연기가 워낙 당차고 사랑스러웠던 때문. 둘의 어린 시절은 각각 주민수와 박은빈이 맡았다.

'왕과 나'의 1회부터 등장한 전광렬은 "미스캐스팅 논란은 성인 연기자들이 그 역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아역 배우들이 사랑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왕과 나'에서 고부간으로 등장하는 양미경과 전인화 역시 "아이들은 화면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이 빛난다. 어찌나 예쁘던지…"라며 감탄했다.

◇사극ㆍ대작 드라마 붐에 새로운 스타 속속 탄생

이러한 아역 스타들의 겹치기는 긴 호흡의 사극과 대작 드라마가 잇따라 방송되면서 최근 들어 일어난 현상이다. 짧은 트렌디 드라마나 일상을 전하는 일일극과 달리 길고 넓은 흐름의 이야기에서는 등장인물들의 개인사가 조명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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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의 경우는 8회까지, '태왕사신기'는 4회까지 아역들이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갈 길이 바쁜 현대극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현상. 여기에 '로비스트' 역시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설명하기 위해 전체 24부작 중 2부를 이들의 어린시절에 할애했다.

'로비스트'의 경우는 1~2회가 방송된 후 장진영이 맡은 마리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 탤런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남지현(12). 그는 극중 아버지로 출연한 성지루와 함께 '로비스트'의 1~2회 방송에서 열연을 펼쳤다.

어린 마리아를 맡아 밝고 건강하며 꾸밈없는 모습을 선보였던 그는 2006 SBS연기대상에서 아역상을 수상한 이미 '스타'였다. 그는 SBS 드라마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마이 러브'와 영화 '마이 캡틴 김대출' '무영검' 등에 출연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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