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7-10-09 09:48

5인조 그룹 빅뱅의 ‘거짓말’이 온라인 차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올리며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지난 8월 중순 공개된 ‘거짓말’은 발표되자마자 무서운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하더니 현재까지 싸이월드 배경음악 판매량 두달 연속 1위, 쥬크온 7주 1위, 멜론 6주 1위 등 사상 유례없는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지난해 온라인 차트를 휩쓸었던 가수 이루의 ‘까만안경’이 엠넷차트에서 5주간 1위를 지킨 기록을 깬 것이다.

이같은 열풍에 대해 가요관계자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상황. 특히 보통 20∼30대가 주소비층으로 풀이되는 온라인차트에서 아이돌그룹은 ‘약세’를 면치 못해왔기 때문에 빅뱅의 ‘빅뱅’은 그야말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발라드의 계절’로 불리는 가을을 맞아 휘성, 백지영, 이수영 등 ‘거물급’ 스타들이 한번에 몰렸음을 감안할 때, 빅뱅의 이같은 성과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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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에서는 우선 ‘거짓말’이 ‘잘 빠진’ 곡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적인 유행’이라는 이유로 끈적대거나 멜로디가 아리송한 곡들이 우후죽순 쏟아져나온 가운데 ‘거짓말’의 깔끔한 분위기는 일반 대중에게까지 쉽게 어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거짓말’은 간만에 나타난, 훅(후렴구)이 뚜렷한 댄스곡”이라고 이 곡의 특성을 꼽았다. 이어 “멜로디를 중시했던 한국의 전통적인 댄스가요를 뿌리에 두고 하우스, 트랜스 등 21세기에 유행하는 장르를 이상적으로 결합한 형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름에도 1990년대 댄스곡을 들었을 만큼 지난 몇년간 대중적 코드를 지닌 댄스곡이 없었던 상황에서, ‘거짓말’이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영리하게 대중적인 댄스곡에 대한 갈증을 자극했다”는 것.

그는 “20세기 댄스음악의 진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2000년대 들어 ‘거짓말’이 최초의 의미있는 댄스히트곡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곡 자체의 매력과 함께 대중의 ‘변심’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도레미 레코드의 나상천 홍보팀장은 “여름에도 좋은 댄스곡이 없으면 발라드가 유행하는 등 이미 가요계에선 시즌이 통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발라드 대신 ‘거짓말’을 선택했으며, 이는 노래만 좋으면 언제든 통하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고 ‘시즌파괴현상’에 주목했다.

또 음악성에 방점을 찍어온 빅뱅이 20∼30대에게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진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김작가는 “흑인음악을 전문적으로 해온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브랜드 효과도 빅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소속사의 ‘후광효과’도 짚었다.

또 지난 상반기 에픽하이가 큰 반향을 일으켰듯, 이제 그룹 내에서 음악을 ‘생산’하는 ‘자체생산형’ 가수들이 주목받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빅뱅은 버라이어티쇼 출연 없이 이같은 히트를 기록한 유일한 아이돌그룹이 됐다.

YG엔터테인먼트의 안덕근 실장은 “‘거짓말’을 빅뱅의 리더인 지드래곤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음악성을 조금 더 인정받는 것 같다”고 인기비결을 밝혔다.

빅뱅은 지난 8월 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싱글을 자주 내면서 한달에 한곡씩 활동하다보니 떠들썩한 데뷔에 비해 대표곡이 없는 것 같아 속상했다”고 냉정하게 자평한 바 있다.

이번 ‘거짓말’로는 ‘장기 레이스’를 펼칠 계획. 안 실장은 “후속곡 계획 없이 11월말까지 여유있게 ‘거짓말’로 활동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스포츠월드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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