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7-09-11 10:35

철없던 대학 1, 2학년 시절. 방학은 공부와의 이별, 해외여행의 로망, 뒹굴뒹굴 방콕의 안락함과 동의어였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방학(放學)때 문자 그대로 ‘학문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한다. 영어공부, 한문공부, 컴퓨터공부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취업과 가까워지기 위해 여기저기 인턴 지원을 하는 것이 대학 방학의 풍속도 중의 하나가 되었다.

나와 친구들은 취업이 코앞인 대학교 4학년 학생이다. 모두 한번씩은 방학기간동안 인턴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나와 다른 분야, 다른 회사에서 인턴을 한 친구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점을 느꼈는지 궁금했다. 친구들과 인턴 지원 이유, 활동내용, 느낀 점, 아쉬웠던 점, 경쟁률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30:1, 신입사원보다 높은 인턴 경쟁률

한내 : 난 이번 방학에 오마이뉴스에서 인턴했어. 다들 인턴 했지?
서영 : 응. 난 이번 여름에 현대카드캐피털에서 했어.
수진 : 나도 1, 2월에 하나은행에서 했어.


한내 : 경쟁률 어땠어? 들리는 말로는 인턴 경쟁률이 신입사원보다 높다고도 하던데….
수진 : 경쟁률 엄청 높았던 것 같아. 한 40명 뽑는데 거의 1000명 지원했다고 하니까.
서영 : 우리도 한 40명 뽑는데 1300명정도 지원했대. 인턴은 모든 회사에서 뽑는 게 아니니까 당연히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지. 그리고 요즘은 인턴이 거의 다 채용인턴이잖아. 특히 올해부터 그런 경향이 많은 것 같아. 하나은행도 그렇고, SK도 그런 것 같고.


수진 : 근데 막상은 채용 제안 받는 애들은 50퍼센트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 일하는 과정을 평가한 다음에 채용할지 안 할지 결정하니까. 하나은행은 40명 중 19명만 채용제안 받았다고 하더라고.

한내 : 인턴 모집할 때 주로 어떤 걸 봐?
수진 : 얼굴 예쁜 애들이 많더라고. 하하. 뽑아놓고 보니 전부 선남선녀더라고. 나 빼고. 우리끼리 농담으로 맨날 외모 순으로 뽑았냐고 했어.


서영 : 지원서가 중요한 것 같아.
수진 : 맞아. 서류 통과하려면 우선 자기소개서를 솔직담백하게 써야 하고, 학점, 영어 성적도 중요하지. 그래도 요즘 추세는 영어는 일정 수준 이상만 되면 괜찮은 것 같아. 해외영업부 같은 곳으로 빠지는 거 아니면.
한내 : 오마이뉴스는 토익 점수 제한도 없더라고.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것 같았어.  그런데 다들 왜 인턴지원 한 거야?


수진 : 나는 은행권 취업이 목표였으니까 관련 경력을 쌓고 싶어서 지원했지.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도 생기고.
서영 : 나는 여러 가지 길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대기업 입사였어. 대기업을 다닌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람들이 대기업에 대해 말하는 장단점이 어떤 것인지 느껴보고 싶었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아.


한내 : 나도 실제로 기자로서 현장에서 뛰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껴보고 싶었어. 어렸을 때 부터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만 가지고 있었거든.

회사 분위기 익히고, 신입사원 못지 않은 대우도 받아

 

한내 : 다들 인턴하면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 궁금하네. 나는 2주동안 교육 받고, 나머지 4주는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썼어. 4주동안 문화팀에서 선배 기자와 함께 아침마다 회의하고, 현장을 따라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스스로 기획하는 기획기사를 쓰기도 했어.


수진 : 내 생각에는 솔직히 인턴한테 일을 맡기는 게 말이 안돼. 실제 입사해서도 6개월 정도는 일을 배우는 기간이니까. 분위기를 보고, 경험을 쌓는 것이지 실제로 회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큰 일을 할 수는 없었지.


서영 : 부서마다 다른 것 같아. 아무 일도 안 시키고 놀리는데도 있고…. 나는 운이 좋았지. 좋은 부서 들어가서 실제로 일에 참여하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


한내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데?
서영 : 내가 들어간 부서가 모기지 크레딧 부서였어. 주택담보 대출 관련 부서지. 현대캐피털이 지금 아파트만을 담보로 해서 대출해주고 있는데 타 은행권이나 보험사들은 일반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담보대출을 해주고 있어.

그래서 대출범위를 아파트 외에 주택으로 확장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나보고 어떤 식으로 관리해서 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워보라고 하더라고. 모기지 관련 사람들 세 분정도 인터뷰하면서 조사했지. 마지막에 실장 앞에서 발표하고 프로젝트 끝냈어. 단독 프로젝트였지.


한내 : 프로젝트 말고 또 활동한 것 없어?
서영 : 일주일 정도 교육도 받고, 양로원 봉사활동도 했어. 연극 뮤지컬도 보러 가고.
인턴프로그램에 애를 많이 쓴 티가 나더라고.
수진 : 인턴들한테 소문이 나야 회사 인지도도 올라가니까.
서영 : 맞아. 인턴을 통한 마케팅 효과가 큰 거 같아.


수진 : 나는 리스크관리부에 있었어. 통계랑 경제쪽과 관련된 전문적인 일이었어. 리스크관리 자체가 보완이 탄탄해서 인턴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기밀사항이 많아.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요즘 은행 같은 경우는 보험사랑 경쟁이 붙었어.

옛날에는 은행이 대출 위주였다면 지금은 방카슈랑스(은행과 보험의 결합어)쪽으로 눈을 돌리거든. 은행이 보험도 팔고, 증권도 팔고. 금융종합플라자에 은행이 관심이 많아서 그런쪽으로 실습 나가서 인터뷰 하고, 피피티도 작성하고, 과제로 제출하기도 했지. 실제로 은행이 어떤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


한내 : 다른 프로그램은 없었어?
수진 : 연수를 스키장으로 갔어. 나이트클럽을 빌려서 놀기도 하고. 내가 놀란 것은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자금 안 아끼고 사원하고 똑같이 대해줬던 거야. 인턴도 서비스의 대상으로 보는 거 같아.


서영 : 인턴들은 회사에 입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니까 오히려 신입사원보다 더 잘해줄 수도 있다고 하더라.

회사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늘었으면…

 

한내 : 나는 인턴하면서 오마이뉴스가 인턴들이 마음껏 끼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다고 느꼈어. 스스로 기획하고,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었거든. 다른 회사는 인턴이 기사를 써도 상근기자와 공동 바이라인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  


수진 : 나는 프로젝트하면서 느낀 것보다 인턴을 하면서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게 좋았어. 은행 같은 경우 대부분 보수적이고 활동성 없고 빡세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더라. 하하.

프라이빗뱅킹(Private banking)쪽은 눈코 뜰새 없이 바빠 인턴 관리도 힘들었대. 근데 리스크관리부는 시간이 촉박한 게 아니라서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어. 그래도 일은 많더라고. 정말 은행은 시간 많이 투자해야 하는 것 같아. 이런 걸 미리 느껴볼 수 있었던 게 좋았던 거네.


한내 : 인턴하면서 아쉬웠던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수진 : 인턴 끝 무렵에 인턴 프로그램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서 토론했었어. 대부분 인턴 두 달이 형식적인 거 같다고 하더라고. (업무를) 맛만 보고 나온다는 거잖아. 인턴이 단순히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라 정말 인재를 데려오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5개월정도 보고, 실제로 업무 교육도 해야할 것 같아. 인턴 통해서 회사의 브레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아.


서영 :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인턴이 자기 회사에 꼭 오리라는 법도 없으니까 많은 인턴들에게 장기적으로 교육 투자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그래도 언니 말대로 피상적인 것보다 실제적 업무 참여의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수진 : 회사원들이랑 같이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지. 그런데 실제로는 힘들 것 같기도 해. 실제 신입사원 뽑아도 연수기간이 1년 정도 되니까. 인턴들한테 그런 경험 시켜주는 게 쉽진 않겠지. 그렇지 못할 바에야 아예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마케팅 전략 등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애들 것이 나을지도.


서영 : 그게 공모전이지 뭐.
수진 : 음. 그렇지. 굳이 인턴 안 해도 공모전 봉사활동 등 할 일은 많은 것 같아. 국토대장정도 그렇고.

한내 : 나는 인턴하면서 얻은 소중한 것 중의 하나가 우리 인턴 동기들이었어. 6주동안 하루종일 붙어 있으면서 고3친구들 만큼 정이 든 것 같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만나고 싶어.
서영 : 나도 같이 인턴 한 사람들이랑 친해져서 좋았어. 팀별 숙제가 있었는데. 맨날 5-6명정도 되는 팀 사람들이랑 붙어 있었거든.


수진 : 인턴 했던 애들끼리 서로 도와주는 것도 많아. 인턴 끝나고 비공식적 공식적으로 자주 만나. 근데 단순히 만나 논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어떤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아. 일하려는 위치가 비슷하니까. 취업 얘기도 하고 정보공유도 하고. 그리고 멘토라고 한명씩 인턴을 지도해주는 선배가 있어. 보통 대리나 과장님들이 하는데 멘토를 잘 만나면 실제 업무도 구경할  수 있고 좋지. 우리 멘토님한테 많이 고마웠지.

서영 : 나는 기회가 되면 인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인턴은 이제 필수인 것 같아. 다들 하니까 인턴경력이 없으면 그만큼 떨어지는 거잖아. 기본적으로 한번씩은 해야 하는 것 같아.


한내 : 나는 언론사에 지망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인턴경험을 하라고 추천해주고 싶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구체적으로 접근해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거든.


수진 : 그런데 너무 인턴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말 그대로 기업 문화 보고 가는 거라 생각해야지 내가 인턴하면서 무슨 큰 일을 할 거라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도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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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졸업 후 입사를 생각한다면 술집 아르바이트 보다는 관련업종에 인턴을 해보는것도 나쁘진 않을듯...
하지만 술집 아르바이트라도 무작정 놀기만하는것보다는 해보는게 좋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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