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서 '왕의 남자'가 비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이제 벗은 것 같아요."

꽃보다 예쁜 남자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배우 이준기가 이제 남성미를 물씬 풍긴다. '왕의 남자'의 '공길'로 주목을 받고 그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해온 그가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끝내고야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

한일합작 영화 '첫눈'의 11월 1일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준기는 한결 여유있는 모습이다. '왕의 남자' 이후 그에게 쏟아진 러브콜 속에서 조심스럽게 한발짝 한발짝 내딛어 온 이준기는 "이제야 비로소 '공길'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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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이후로는 실제 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만 들어왔어요. 지금은 시나리오 속 평균 연령이 5,6살 정도는 올라갔달까. 제게는 큰 성과죠."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이를 악물고 죽을 각오로 작품에 뛰어들었던 그는 "그 과정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층 성숙한 소감을 밝힌다.

"제가 가지고 있던 부담이 사라진 것 같아요. 처음 드라마 시작할 때 '과연 이준기가?'하는 시선이 많았던 걸 알고 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이준기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들을 때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왕의 남자'의 틀을 벗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이준기 제자리 걸음'이라는 평가를 듣지 않은 것만 해도 만족스러워요. 정말 다행이죠."

영화 '첫눈'은 그런 이준기에게 '쉬어가는' 혹은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출연했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순수한 첫사랑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됐기 때문에 특별히 고민하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두달 동안의 촬영이 짧게 느껴졌어요. 외국으로 여행간 느낌이랄까, 해외 스태프들이나 일본 배우와 연기하는 것을 즐겼죠. '첫눈'은 제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에요."

"다시는 '개늑시'같은 작품은 만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 이준기는 그만큼 짧은 시간 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작품은 배우 인생을 통털어 다시 없을 듯 하다고 한다.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다시 해외 프로모션과 하와이국제영화제 방문, 새 출연작 '일지매'의 촬영 준비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1년에 영화 한편, 드라마 한편을 하는 것이 목표에요. 영화는 감정의 깊이를, 드라마는 짧은 순간의 순발력과 디테일한 연기력을 배우게 해줍니다. 한 장르만 고집하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요."

그를 아끼는 팬들에게 '왕의 남자'의 '공길'은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일 것이다. 그러나 배우의 길을 선택한 이준기에게 '공길'은 화려한 이름이자 넘어야 할 산이었던 듯 싶다. 아름다운 남자를 벗고 인간미 넘치는 배우로 도약하고 있는 이준기의 첫 멜로 영화 '첫눈'은 오는 11월 스크린에서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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